- 욕과 비속어가 진짜 많지만 어차피 마블 스튜디오 녀석들은 이런 단어에 타격 하나 입지 않고 좋아서 탭댄스를 추는 비브라늄멘탈이라는 점을 나도 당신도 여러분도 마블 스튜디오도 알고 있습니다.
- 스포일러 굉장히 많습니다. 결말 다 얘기해요. 아직 관람 전인 분들은 최대한 보지 않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마블 스튜디오 이 놈들은 진짜 치사빤쓰대장이다. 미국의 간악한 자본주의의 시뻘건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시뻘건 주제에 안 시뻘건 놈들! 오타쿠들이 환장할 만한 요소는 다 (애매하게) 가져와놓고 자, 어때? 죽이지? 행복하지? 라고 들이민다. 이렇게 하면 아시안 오타쿠들이 좋아할 거라고 알아 ㅎ 라고는 한다. 근데 알면서 또 제대로 안 하는 게 이 놈들의 가장 치사하고 지저분한 점이다. 그런 티끌만한 으악, 그만해! 라고 거절하고 싶었는데...
마블 이 진짜 못되고 나쁜 자식들! 치트키로... 양조위를 빌런으로 모셔와 버렸다. 울면서 다 받아처먹는 오타쿠의 미각은 이 지나치게 환상적인 아메리칸-자본의 맛에 절여지다 못해 더 주라며 테이블을 무섭게 치고 만다. 물론 더 갖고 오라면서 지들이 2차, n차 예매로 돈을 가져다 바친다. 그게 오타쿠다. 상납한 돈으로 국밥 80그릇은 사먹을 거다. 물론 나는 국밥 싫어하는데 굶으면 큰일 나는 한국인들에게 가성비 설명하려면 국밥이 최고다. 하지만 난 국밥 사먹을 돈으로 웬우 핫토이 예약하러 갈 거다. 유언장에 핫토이도 같이 묻어달라도 할 거다.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무자비하게 나옵니다. 조심!
Asian을 다루는 마블의 태도
일단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괜찮았다. 샹치 보다는 웬우가 주인공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사실 이것도 '유교적인' 관점에서는 이해가 가는 서사라 생각했다.
샹치는 결국 아버지 웬우의 텐 링즈를 이어 받게 된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흐름을 본다고 할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서양의 시니어-주니어 개념과 동양의 부-자 관계는 매우 다르다. 단순히 샹치는 완벽하게 '웬우 주니어'라고 할 수 없다. 샹치와 샤링은 둘다 의도치 않았지만, 1차적으로 웬우와 살지 않아 이미 독립을 하게 된 상황이었고, 이후 웬우의 사망으로 완전한 독립을 하게 된 상황이었다. 또한 웬우의 사망으로 샹치는 텐 링즈 자체를 소유, 샤링은 텐 링즈 조직을 맡게 되며 아예 독립된 인물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족의 구성원에서 완벽하게 독립을 선언하여 하나의 개체, 진정한 어른이 된 샹치의 성장이었기 때문에 begin 이라는 말이 어울릴 수 밖에 없다. 샹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또한 동양의 무예에서 강조하는 심신 수련, 기와 흐름을 이해하는 연출도 보여 꽤 좋았다.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아시아의 모든 속성을 비빔밥 마냥 다 섞여서 "북한의 정글에서 김치 장독대 깨는 중국인 닌자가 하~~이얍! 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서사를 많이 보지 않았던가? 비빔밥은 맛있기라도 하지... 저건... 그래서인지 작중 칭칭챙총후라이팬놀이 소리 안 듣는 것만으로도 아시안의 분노 수치는 거의 0%에 가깝게 깎인다.
아시아 문화권을 존중하기 위해 신경썼다는 티가 (비교적) 많이 나서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줬다. 하지만 다음에는 여기서도 더 발전해오길 바란다!
인물간의 입체적인 관계성
또한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반드시 '연인간의 사랑'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웬우의 비틀어진 서사의 중심은 배우자 '장 리'를 향한 사랑이었지만, 샹치, 샤링 남매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는 연출도 있었다. 웬우는 결국 네 가족이 단란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인데 그것이 왜곡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종류와 방향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얼레리꼴레리~ 두 사람이~ 사귄대요~ 결혼한대요~!로만 끝나는 사랑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매우 많아 아쉽다. 인류애, 동지애도 모두 결국 사랑인데 말이다. 반드시 가족이어야만 사랑하고, 사랑하면 가족이 되어야 하나? 우정, 동지애도, 인류애도 넓은 의미의 사랑인데 말이다. 일말의 사랑이 없으면... 그냥 그건 여러 의미의 지옥이다.
샹치와 케이티는 말 그대로 죽마고우 같은 관계로 나와 좋았다. 케이티의 할머니가 샹치 보고 둘이 대체 언제 결혼을 할 거냐는 말에도 "저희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ㅎㅎ;"로 말할 정도로 친구 사이임을 강조했는데, 역시 연인으로 이어지는 전개 보다는 꾸준히 친구, 파트너로 지낼 것이라는 암시가 보여 좋았다. 성별이 다르더라도 소중한 친구가 당연히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게 샹치랑 케이티인 걸!
또한 케이티가 생전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활을 얼떨결에 배우게 되면서도 투정을 부리거나 거부하지 않는, 오히려 흥미로워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케이티가 UC버클리를 졸업한 수재라는 언급이 있긴 했지만, 호텔 파킹 업무를 하며 고정적인 목표나 꿈 없이 방황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성장 과정에서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사실 케이티 활 잘 쏠 거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활이 선택한 거라고. #joke
샤링의 서사도 입체적이다. 영화에서 용의 영혼을 가진 자가 샹치로 집중되는 것 같았지만, 샤링 역시도 웬우와 장 리의 영혼을 이어받은 소중한 딸이다. 무려 어깨 너머로 독학한 기술로 마카오 뒷세계를 재패한... 최고의 실력자 되시겠다. 특히나 마카오 불법 격투장을 비롯하여 쿠키 영상에 나오는 모습까지 보면... 샹치 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조직을 통솔하는 능력이 보통 아니다. 리더십까지 출중하니 여기서는 웬우의 모습을 꼭 닮았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피는 못속인다고... 엄마, 아빠 실력이 어디 가겠소...?
그래서인지 쿠키 영상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서사가 어떻게 흐르려나... 이러면 궁금해서 후속편 꼭 보게 된다고... 큰일났다...
만화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황홀한 영상
일단 "우리가 양조위를 빌런으로 썼다!"를 지구촌 방방곡곡에 떠들고 다니는 이 마블 스튜디오의 자신감은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마블에 양조위 오타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글쎄... 장발, 깐 머리, 쉼표머리, 흐트러진 머리까지 다 시킨다. 심지어 처음부터 양조위를 물에 던져버리고 시작한다.(이런 저급한 표현, 그만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중,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래픽의 정점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좋다는 후기에 역시 매우 동의한다. 고대 동아시아의 산림, 수묵화에서 볼 법한 절경을 그려내는 모습은 수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선에 서양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정서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특정한 날짜에만 접근이 가능한, 신비한 힘을 봉인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매우 탁월한 영상이라 생각했다.
생각나는 내용들은 많은데, 당장 오늘 보고 와서 그런지 아직 정제되지 않는 듯하다. 좀 더 살도 붙이고 다듬을 글이라는 것을 미리 적어둔다. 조만간 다시 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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