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콘텐츠를 놓지 못하고 살고 있는가?
야심차게 새단장하여 만든 기술 블로그의 첫 글로 이게 괜찮을까?
콘텐츠 기획하겠다고 설치던 사람이 왜 한 번 쓴 맛을 맛보고 다신 안 하겠다며 퉤! 하고 나가놓고서는, 다시 제 발로 들어와 기획하게 해달라고 울고 있는 지 성찰해보려 한다.
인생 첫 직장에서 출판기획을 했다.
이게 단순히 기획에서만 끝나지 않고 모든 프로세스의 총괄자가 나라는 중요한 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시작했었다. 기획자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옷감과 가위, 실, 바늘까지 다 가지고 와서 바늘에 실도 꿰고 단추도 후에 가격표까지 달아야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 과정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각각 맡겨가며 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기획자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셔츠를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바지가 나오는 결말이 된다. 기획자는 틀을 짜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위치라는 것을 늦게 알게 되었다. 기획의 구조를 몰랐으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베이스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투입되어 배우는 것과, 열심히 준비해서 투입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조금 더 배우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니 누굴 탓하겠나. 과거의 나한테 꿀밤을 거세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을 뿐이다. 이제 실패를 겪었으니, 차선책과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퇴사하고 두 달 동안 백수 생활을 열심히 즐기고 나서, 나는 결국 미디어 학위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서 이전의 내가 얼마나 무모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뚫으려 했는지 실감했다. 그렇게나 1년 반을 버틴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주먹구구식의 접근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퇴사를 했기 때문에 더 큰 실패를 보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콘텐츠는 결국 고객(독자, 시청자 등 여러 말이 있겠지만, 고객이 가장 포괄적인 의미인 것 같다.)의 마음을 알아야 했던 것임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와 고객이 보고 싶은 콘텐츠는 분명 다를 텐데 말이다. 이걸 좀 더 일찍, 제대로 깨달았어야 했는데. 한 번 망친 길, 이제 제대로 가보겠다는 심보인지 모르겠다. 지금 일을 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기획자의 길을 놓지 않으려는 게 내 미련일지, 새로운 기회일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단 달려보려 한다. 이제 중간마다 커피도 마시고 뒹굴거리기도 하고 덕질 좀 할 거라서 오래 걸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