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절제의 미덕
지난 여름에 평택 소재의 '생활방식'이라는 독립서점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여 약 두 달 정도 참석했다. 모임의 주최자이신 사장님께서 특정 사진을 올리시면, 그 사진을 주제 삼아 자유롭게 상상하며 글을 쓰는 모임이었다. 에세이, 소설, 시 등 장르도 상관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TMI 풀기 좋아하는 나는 에세이로 주로 작성했다. 참가자들의 글을 함께 읽으며 피드백도 주고 받고 재밌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이후로 회사 일이 매우 바빠져서 참석을 못하게 되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ㅎㅎ ㅠ
최근 며칠 동안 술을 마실 일이 많았다. 주변에서 선물도 받고, 가족 생신이기도 하여... 별 일은 없지만 술을 며칠 연달아 마시니 그때 써본 글 중 하나가 생각나 마침 백업 용도 개념으로 하나 올려보려 한다. 당시 주제 사진은 굉장히 많은 소주 병뚜껑을 쭉 늘어둔 사진이었다. 이 글을 쓴 건 지난 6월 여름이었다. 제목도 마침 '절제의 미덕'이라 여기서도 그렇게 붙여야겠다.
술을 궤짝으로 쌓아두고 마시던 것도 다 예전의 이야기. 어디 가서 많은 나이라고 절대로 할 수 없는, 아직 젊은이의 범주에 속하는 어린 나이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체력이 약해지고 낡아간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고 있다. 깡소주를 두 병 마시고도 다음 날 해장 없이 전공 시험을 보러가던 무지막지한 새내기의 체력은 이제 없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평소 마시는 물의 n배를 마시며 타는 듯한 건조함을 버티며 가만히 쉬어야 하는 평범한 사회인이 되었다. 그래도 적당량을 마시는 절제를 배우기도 했다는 점에서, 마냥 몸만 상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내게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술 철학'이 하나 있다. 바로 속상한 날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우울한 기분을 술에 기대면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상한다는 것이었다. 과잉된 상태로 감정을 풀게 되는 것이 한 두 번이면 모를까, 술을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에 적응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럼 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어릴 때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는데, 그 몇 년 동안 조금 마셔봤다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면 확실히 감정적인 부분이 강해진다. 좀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정제할 수 있는 단어도 거칠게 나올 수도 있다. 절제의 기준을 넘어버리는 순간, 엎어버린 물처럼 다시는 담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모든 사람이 나와 생각이 같진 않겠지만, 술을 마시면서 절제의 미덕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술을 자제하는 것이 다음 날 체력을 위해서, 대인관계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내 감정이 과잉된다고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의 능력인 것 같다.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쉽다. 이런 초여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야외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수다 떠는 게 재밌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