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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사실 예전부터 있긴 해서 그 파격성을 잘 모르겠다.

Mandy✨ 2021. 11. 3. 22:34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고 싶은 걸 정말 다 하고 살고 있는 인간은 어떤 기분인가? 주커버그의 설명 동영상에 따르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메타버스적인 성격의 플랫폼 개발에 치중할 것이라는... 동시에 메타버스라는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 억만장자의 자본으로 채워진 행복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서민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참 부럽기 짝에 없다. 돈 있는 놈들은 물건으로 flex 안 하고 사업으로 flex 한다.

근데 진짜 표정 행복해보인다.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의 세상을 열었다는 것에는 모두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그래도 예전부터 있던 산업의 일종 아니었는지의 의문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혜성 같은 신문물이라는 풍조에는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은근슬쩍 메타버스는 이미 다 하고 있었잖아... 아예 없던 개념은 아니었잖아... 비대면 시대에서 가장 떠오르고 성장하는 사업임은 분명했지만, 이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는지에 대해 기시감을 느끼는 게 나 혼자만이었는지?


너희들... 정말 잊은 거냐! ㅇㅇㅇㅇ을 잊은 거냐고!

 

요즘 친구들 스즈미야 하루히를 모른다던데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2021년이니까.

 최근 몇 개의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게더 타운과 NFT 부스를 사용했는데, 꽤 재밌었다. 일단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90년대생,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인터넷을 시작한 이들은 모두 다 기억할 추억의 이름을 하나 꺼내보겠다.

 

 바로 퍼피레드! 심지어 퍼피레드는 이번에 리뉴얼하여 새롭게 컴백한다고 한다. 우리의 맞춤법이 망가지기 시작한 버디버디, 영원히 묻어두고 싶은 싸이월드에 이어 새롭게 귀환하는 과거의 강자 되시겠다. 현재 서비스 중인 플랫폼 중 가장 비슷한 성격을 찾아보자면 제페토일 것 같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꾸미고 게임 속 월드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물론 기술력을 생각하면 당시의 자유도는 현재보다 물론 낮을 것이나, 그 내용의 원초적인 개념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캐릭터는 나를 표현하는 여러 경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는 아바타 게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옷 입히기 게임도 기억 못 하나? 로이월드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 때 로이월드 패션 디자인 콘테스트 1위 경력도 있던 고인물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그런데 사명 변경하고 뭔가 점점 이상해지더니 그대로 망해버린 게 통탄의 한이다. 나 같이 옷 입히기 게임 좋아하는 어린 오타쿠들은 어디 가서 놀라고!

 현재의 메타버스 캐릭터 제작 열풍은 아바타의 개념보다 사용자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프로필처럼 쓰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제페토 초기 사용자였다. 2017년 제페토가 런칭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바로 깔았다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방치했고, 몇 달 전부터 프로필 사진 용도의 개념으로 다시 사용 중이었다. 나는 내가 당시 덕질하던 드라마의 캐릭터의 모습으로 제페토 계정을 만들고 놀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프로필처럼 내 모습에 가깝게 사용하게 된 게 상당히 어색했다. 하지만 실제 사진을 사용해서 신상 정보 유포의 위험이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잔뜩 스스로를 미화하여 입고 싶은 옷도 입혀보고 스타일도 마구 바꿔보는 재미도 있는 듯하다.

 여하튼 (당연히) 플랫폼마다의 성격과 목적도 다르지만, 아예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가 내 솔직한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난무하는 신조어와 이모티콘 사용을 통한 맞춤법 파괴로 인해 기성세대의 걱정을 사던 세대들이 단체로 레드 썬! 에 빠진 것인가? 일본 서브컬처 장르에서 매우 유행 중인 '어쩐지 판타지스러운 세상에 뚝 떨어지고 말았는데 나 혼자만이 현대 문물의 기술과 지식에 통달한 사람입니다?!' 같은 느낌에서 '오오...! 이것이 포크라고 부른다고...! 이걸로 손을 더럽히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냐...!'라고 감탄하는 인품만 좋고 어딘가 허술한 임금님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빙의가 된 걸까?

 

일단 한국에서는 '부캐 열풍'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유산슬의 등장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MC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계략에 의해 온갖 장르를 섭렵하는 무시무시한 관록을 보여줬다. MC 유재석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닌,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부터 음반제작자 지미 유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컨셉을 소화했다. '부캐'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니 유재석이 아닌 제2의 사람, 캐릭터로 소화한 셈이다.

잡코리아, 알바몬의 설문조사 결과, 원문 링크는 글 하단 참고자료 참조.

 이게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특이하게 반영되었는데, 직장인들이 여가 시간에 부업을 하거나 필명, 별명을 사용하는 것도 일상 속 '부캐 활용'이 된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사람들... 인터넷에서 실명 노출될까봐, 혹은 나름대로 재밌고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을 쓰고 싶어서 닉네임 쓰던 것 아닌가... 

 그거 그냥 닉네임 아닌가요? 게임 중독자는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설마 사람들이 진짜 진심으로 '부캐' 컨셉에 치중하는 것인가...? 나도 뉴스레터랑 트위터에서 맨디라고 불러달라고 하지만 실명이 노출되기 싫어서 사용하는, 실명과 비슷한 스펠링으로 이어본 이름인 것인데... 아무튼 나는 그 열풍이 굉장히 신기했다.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별명, 닉네임의 개념이 아니라 '부캐'로 분리해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 부캐는 동물의 숲 계정 1, 2에 불과했고 친구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이러는 짓인지 따지고 싶은 게임사의 무시무시한 아싸 괴롭히기인 친구 초대 퀘스트 때문에 만드는 정도였다. 

 부캐 열풍과 함께 메타버스에서의 활동도 결국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새롭게 표현하는 수단이 된 셈이다. 오락적인 기능 보다, 소통과 표현의 수단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유행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물론 납득이 가지만 마냥 새롭지는 않다가 나의 주된 의견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을 깜빡할 뻔

 스마트폰의 보급이 이뤄졌기 때문에 메타버스도 결국 과거에 비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도 내가 처음 인터넷을 하던 시절에 비해, 기성세대의 전자기기 활용도와 보급률도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당시에 PC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분들도, 현재에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좀 더 새롭게 느껴지는 연령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20대인 내가 중년의 부모님 세대보다는 메타버스 개념의 프로그램, 플랫폼을 경험해볼 기회와 시간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세대가 메타버스에 대해 감탄하고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또래의 세대가 그렇게 말할 때에는 여전히 정말 그런지 궁금해지는 상태이다.

너 정말 나랑 퍼피레드에서 놀았던 거 생각 안 나? 헌터헌터는 기억하지?

 

그렇지만 말도 안 되게 메타버스 접목시키려는 건 너무 빡쳐요

 사실 이 글을 게시일(21.11.03) 보다 더 일찍, 10월 마지막 주 주말부터 쓰고 있었는데...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어느 대단한 메타버스 접목 계획을 보고 욕이 나와서 더 추가하게 되었다. 서울시 행정에 대체 메타버스를 왜 접목하는 가? 이런 젠장! 내 세금이 이렇게 쓰인다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공문서 하나 발급받자고 난리가 나게 생겼다. 모든 서울시민이 스마트폰이 있고 데이터/와이파이를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로 한강물 냉수로 마시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서울시민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이지만, 서울시를 비판하기 위해 쓰는 서울시민의 분노이니 이해 부탁드린다.

 메타버스가 접목되면 더욱 긍정적으로 발전할 분야가 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분야가 있다. 부디 많은 이들이 현명한 선택을 통해 단순히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잘못된 판단에서 해를 입는 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일 뿐이다.


 이거 쓰고 보니까 그냥 라떼의 청동기 발굴기 정도 같은 이야기되시겠다. 나도 솔직히 PC통신부터 하시던 분들에 비하면 번데기 앞 주름 잡기나 다름없겠으나 15년 넘게 컴퓨터, 인터넷을 한 사람이 되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게 나올지... 그리고 나는 또 어떻게 주름잡고 라떼 시절에도 이미 다 한 이야기이다!라고 화를 내고 있을지...

 


참고자료

 

돌아온 추억의 게임, 퍼피레드 모바일 | 크라우디

돌아온 추억의 게임, 퍼피레드 모바일, 추억의게임, 퍼피레드, 퍼피레드 모바일, 퍼피레드 부활, 퍼피레드M

www.ycrowdy.com

 

올해 최고 연예인 부캐 2위 ‘싹쓰리’, 1위는? - 리크루트타임스

[리크루트타임스 강석균 기자] 올 한해 연예계를 중심으로 ‘부캐’ 열풍이 불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로 분화돼 각각에 걸맞은 활동을 하는 부캐는 ‘부(副)캐릭터’의 줄임말로 게임에

www.recruittimes.co.kr

 

 

서울시, '메타버스 시정' 구현...자체 플랫폼 구축 추진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기반 시정을 구현한다. 서울시는 3일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 2026년까지 메타버스 정책 중장기 방향과 전략을 담은 메타버스 서울 추진

ww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