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에세이 뉴스레터 발송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뉴스레터 관련해서 회고를 쓰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고 타이밍도 언제가 좋지 고민하다 결국 시작한 지 반년이 넘어서 첫 회고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 얘기가 적어 보인다. 그래도 쓸 거다.
일 벌리기를 가장 잘하는 내가, 또 일을 만들어서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4월 초에 꾀한 모임에서 시작으로 5월 첫 레터를 발송하여 구독자도 조금씩 늘어나며 오픈률도 긍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10월 자 뉴스레터 마감을 다 마치기도 하여 이제 발송을 기다리고 있다. 초기 구독자 중에는 지인이 다수였던 것이 어느덧 모르는 분들도 어디선가 유입되어 많이들 구독해주고 계셔서 참 감사하다.
올해 초는 뉴스레터의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범람하는 여러 뉴스레터 매체와 프로젝트를 동면 준비하는 다람쥐 마냥 쌓아두고 보다가 문득 나도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런데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착한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함께 데이터 시각화, 협업 툴 응용 공부를 하던 친구들이었다. 다들 나이도 비슷하고 사회초년생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가장 대화도 자주 나누고 공감대도 있었던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자신이 생겼다. 무리수만 가득했던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준 친구들 덕에 서로 에디터들이라 부르며 열심히 틀을 마련했고, 그렇게 시작한 뉴스레터가 발행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 행동 자체에 대해 욕심은 늘 있었다. 유튜브는 도저히 영상 찍고 편집할 능력과 기력이 없고, 그영상까지 갈 만한 내게는 콘텐츠도 없었다. 마침내 눈에 들어온 것이 뉴스레터였고. 그렇다면 가장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누구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TMI 느낌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전달하는 것을 떠올려 봤다. 그게 바로 에세이 형식의 글을 정리하여 발송하는 뉴스레터였다. '사적인 뉴스레터'라고 소개를 하였으나, 글자 그대로 날 것의 '사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다.
매달 주제를 바꾸며 각자의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가 뉴스레터의 가장 대표적인 테마라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이야기'가 중심이나, 정보 전달과 공유가 가능한 콘텐츠로 엮는 것을 목표로 한 셈이다. 실제로 그 중간에 독립출판물을 조사하여 엮어 내거나 시기별 이슈, 콘텐츠적 접근을 시도한 주제들도 있었다. 독자에게 지나친 고찰과 비판적인 태도보다는, (에디터들 모두 직장인인 점을 감안하여) 퇴근 시간 이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근황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취미 같은 이야기를 시시콜콜 말하는 느낌을 원했다. 그렇게 친구와 대화하다 생각지도 못한 주제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지 않은가? 그렇게 진입장벽이 낮지만, 글자 그대로의 시간 죽이기보다는 작은 정보라도 하나 얻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목표 중 첫 번째는 독자들에게 생판 모르는 남의 이야기를 봐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었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생각해본 것은, 사람들이 왜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를 보는가? 에서 출발한 고민이었다. 연예인이나 유명한 셀럽의 브이로그 말고, 우리 같은 보통의 직장인과 학생, 소시민들의 브이로그가 왜 소소하게 구독자를 모으며 흥행하는지 안다면 에세이 레터도 충분히 접근이 가능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유튜버들이 많이 시도하는 브이로그는 정말 사적이고 하나의 유행 같은 흐름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다들 감성적인 느낌을 내려다 보니 편견 같이 획일화된다는 평가도 한 구석에서는 있으며, 입문자용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도 있다. 이것을 유튜브에서 잠시 유행하는 정도로 소비된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이로그는 수요층이 꾸준히 있었다. 유튜브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퀄리티의 편차는 큰 편이지만, 잘 만든 브이로그는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비전이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 싸이월드, 블로그에 올라오던 글 형식에서 동영상으로 형식이 바뀐 것이며, 오히려 영상의 소리와 자막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될 만한 팁을 가볍게 공유하기에도 괜찮은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결국 일종의 자기 PR인 동시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셈이다. 브이로그가 인기 있는 점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의 이 지극히 사적인 에세이 뉴스레터도 보는 구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추가적으로 에디터들과 함께 고민한 것 중 하나는 공통된 주제에서 에세이를 쓰되 형식을 획일화하기 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레이아웃과 사진 첨부 등은 각자 고안해서 자율성을 두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전체적인 모습에서 크게 이질적인 모습을 갖는다던가, 흐름에 지나치게 맞지 않는 내용은 없었다. 우리끼리도 자율성이라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잘 인지하고 있고,
두 번째 목표는 우리끼리 재밌는 것을 하자였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큰 사회적인 혁명을 일으키겠다, 변혁을 꾀하여 문화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겠다 하는 등의 거창하고 굉장한 목표는 아니었다. 그저 나와 친구들이 글을 쓰며 재미를 느끼고, 같이 공유하는 김에 여러분도 보실래요? 하는 정도이다. 집에서 혼자 쿠키를 만들었는데 너무 많이 만들었으니 한 번 잡숴보시라는 거다. 이 쿠키를 먹기만 하지, 맛이 어떻고 베이킹 과정을 떠올리며 감상평을 달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편히 보는 스낵 개념의 콘텐츠가 되길 바라고, 우리 역시도 그렇게 가볍게 제작하고 소비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의 콘텐츠는 현재의 우리 역량에서 무리수가 될 확률이 크고, 소비자가 될 구독자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전공 분야도 모두 다른 상황에서 어느 분야에 특화된 전문 콘텐츠를 다룬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우리끼리 재밌는 게 무엇일까? 역시 셋이서 노가리 까면서 노는 것 아닐까? 그럼 구독자들과 함께 노가리를 까는 건 어떨까? 심심풀이 뉴스레터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뒤에 매달 콘텐츠를 선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니 쓰는 것도 재밌었고, 주제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도 지루하지 않았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주제를 수정하게 될 때에도 큰 어려움 없이 바로 대체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추억을 정리하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목표는 절대로 일상 생활을 방해하지 말자였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하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는 모두 직장인인 동시에 사회초년생이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바쁜 시기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꽤나 큰 결심이었다. 나 역시도 혼자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같이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니 말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중심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이다. 일상의 문제로 인해 회의가 어렵거나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면 걱정하지 말고 바꾸고 조절하자고 미리 말하고 시작했다. 일상의 스케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일이다. 개인의 건강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시간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부담을 갖지 않고 참여해야 우리 셋 모두 재밌게 오래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뉴스레터 발송 계획을 일상 생활이 예상치 못하게 바빠지고 개인적인 일도 많이 생겼다. 첫 발송을 마쳤을 때 드디어 첫걸음을 떼었다는 뿌듯함과 기쁨이 컸지만, 혹시라도 내 개인적인 사정과 게으름 등의 이유로 무단 펑크나 조기 중단이 되진 않을지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었다. 특히나 내가 먼저 제안을 하고 일을 벌여둔 것이었기 때문에 나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무너진다면 매우 미안하고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리하게 일정을 짜기보다, 미리 서로 배려하고 일상과 개인 스케줄을 우선으로 변경하니 이후의 대처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의 흐름을 계속 유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일상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매우 급박한 일이 닥치지 않는 이상, 뉴스레터가 펑크 나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다행히도 내 기준에서 세운 목표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너무나 좋은 친구들을 둔 덕에, 나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여 주기적인 일정을 지키며 발행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동시에 모두에게 해롭지 않은 가벼운 스낵 콘텐츠를 생각하는 것 역시도 많은 고민과 검토가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우리끼리 직접 편집해서 작은 책자를 마련하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침 출판업계에 있어 인쇄 관련 내용도 아는 나와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등 각종 디자인 툴을 섭렵한 훌륭한 능력자들이 있어 마냥 뜬 구름 잡는 목표는 아닐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훗날 이렇게 모은 내용들로 아예 독립출간을 하여 우리만의 책을 내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글자로 소통하며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다음 11월에도 재밌고 공감도 갈 만한 글을 써보게 슬슬 글감을 떠올려야겠다.
땅콩레터 Peanut Letter
직장인들의 아주 사소하고 사적인 심심풀이용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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